에디터가 김준호 씨를 처음 만났던 것은 몇 해 전이었다. 당시 그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‘블러커’의 문을 막 열었을 때였고, 에디터는 그의 디자
인 작업을 통해 첫 기사를 쓰게 됐다. 그때의 소중한 인연이 이어져 이번에는 김준호 씨와 그가 사랑하는 아내, 신혜섭 씨의 집에 초대받았다. 지은
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아파트는 부부의 두번째 보금자리다. 다소 노후했고, 그렇게 큰 평형대가 아니어서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레이아웃도
아니었다. 그러나 부부는 모두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고, 두 사람의 전문성과 감각이 더해진 아파트는 흔치 않은 세련된 공간으로 새롭게 태
어났다. 이곳은 부부가 여러 디자인적 실험을 해보기도 하고, 그들의 예술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한껏 담아낸 곳이다.
김준호 씨의 집에서는 에디터가 알고 있던 그의 취향과 성격이 잘 드러났다. 블랙 앤 화이트를 좋아하는 그였기에 바닥과 벽을 블랙과 화이트로
정리했고, 깔끔한 성격이라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구성했다. 특히 넓지 않은 평수이다 보니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공간, 오브제
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. 가장 눈에 띄는 구조는 현관으로 진입하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벽면으로, 화가이신 아버지의 작품을 음각으로 본따 아
트월로 활용한 것이다. 이 아트월에는 혜섭 씨의 작업실 출입문과 수납장, 화장실 문이 숨겨져 있다.
▲ 작업실 아트월로 숨겨진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혜섭 씨의 업무 공간을 만나게 된다.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내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방을 두었다
▲주방 주방을 확장해 ㄱ자로 구성했다. 아일랜드를 설치하면 좁아 보일 수 있어서 포기하고 별도의 다이닝 테이블을 두었다. 상부장에 조명을 매립해 더욱 화사해 보이도록 연출했다.
기존에는 현관 정면으로 안방 문이 위치했었지만, 벽을 새로 세우고 확장한 베란다 쪽으로 출입구를 내 동선을 바꿨다. 트여 있는 벽을 통해 안방의 수납장이 들여다보이지만, 부부의 침실은 드러나지 않는 독특한 구조다.
▲거실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넓혔는데, 끝까지 확장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현무암을 배치했다. 오일을 머금은 현무암은 집안 곳곳에 부부가 좋아하는 향기를 퍼뜨린다. 블라인드 너머로는 안방으로 드나드는 출입구를 구성해 동선에 변주를 주었다.
▲침실 침실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.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안방 문이 보이는 것이 싫어서 출입구를 새로 내고, 기존 문이 있던 공간은 재미있는 구조로 재구성했다. 현관에서는 침실을 들여다 볼 수 없지만, 침실에서는 현관을 볼 수 있다.
그가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를 받아 디자인한 공간은 몇 차례 보아왔던 터라, 그의 개인적인 공간은 어떨지 기대감이 컸다.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 그 사람과의 거리감이 좁아지고,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. 김준호 씨의 집 역시 그랬다. 이미 알고 지낸 사이가 수년이었지만, 이번 방문을 통해 어쩐지 그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. 앞으로도 그와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갈 생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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